
“누구나 약속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약속에 대한 명언으로 유명한 이 말은 위대한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남긴 말이다. 살아가며 우리는 다짐과 약속의 말이 바람처럼 휙 하니 사라지고 마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다. 지킨다는 것의 무거움과 책임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제1기 EBS 평생학습 청년기자단 발대식’은 지난 4월 21일 EBS와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가 맺은 ‘평생학습 문화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약속을 지킨 아름다운 증거라 할 것이다.
당시 EBS는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와 함께 청년기자단을 운영함으로써 평생학습 분야에 있어 청년들의 시각을 담고 청년들이 스스로 평생학습의 의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은 두 기관의 굳은 약속이었고, 실현된 계획은 곧 지켜진 약속이 되었다.
15명의 청년, 평생학습을 제대로 아는 전령사를 꿈꾸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원래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많은 사람이 흔히 지피지기 백전백승, 아니면 지피지기 백전불패로 잘못 알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비슷해 보여도 그 뜻은 사뭇 다르다. 불태는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며, 위태롭지 않다는 것은 곧 큰 약점이 없어 쉽게 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을 승패의 현장이 아닌 청년기자단 활동에 쓰고자 한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평생학습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면 백 곳의 취재현장에 가더라도 어려울 게 없다’ 는 의미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대학 재학생 및 희망 청년들의 신청을 받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EBS 평생학습 청년기자단은 모두 15명의 청년으로 이뤄졌다. 이들 15명의 청년은 평생학습의 가치를 전해야 하는 과제를 즐겁게 수행하기 위해 모였고, 그 순수성만큼이나 성실한 노력의 자세를 보였다. 그건 그들이 평생학습의 겉이 아닌 깊숙한 알갱이를 만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과도 결을 같이할 것이다.
그래서 기대한다. 평생학습을 제대로 아는 전국 15명의 청년이 보여줄 평생학습의 세상을. 그리고 15명의 청년은 성급한 발걸음이 아닌 차분한 발걸음으로 자신을 평생학습의 틀 안에서 성장시켜 갈 것이란 걸 또한 믿는다.
2개의 작은 공연, 나와 너의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바꿔주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는 ‘크리스마스 정전’이라는 특별한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때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당시 격전지였던 벨기에 이프레에서 한 독일 병사가 일어나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이를 들은 영국 군사들이 환호하자 노래가 다 끝난 다음 독일군 장교가 나와 영국군 하사와 악수를 하며 정전을 선언했다. 물론 정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맺어진 정전은 서로를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줬다.
우리는 이 사건 ‘크리스마스 정전’을 통해 음악이 가진 힘과 만난다. 음악은 선한 마음을 확장하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전한다. 동시에 모두가 하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통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기적을 체험한다.
이날 EBS 평생학습 청년기자단 발대식에서도 음악의 힘은 어김없이 발휘됐다. 조금은 딱딱할 수 있었던 발대식 현장은 미리 악기를 준비한 두 기자의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따뜻한 느낌이 흐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유진 기자의 가야금 연주는 생소함의 벽을 무너뜨렸고, 오채은 기자의 통기타 연주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기운이 되었다. 청년기자단을 이룬 모두가 나와 너의 공간에서 우리의 공간으로 옮겨오는 마음의 다리를 음악이 놓은 것이다. 그 순간은 평생학습 청년기자단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12월 31일, 세밑까지 함께 달리자는 약속
세밑은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일컫는 말이다. 한 해가 거의 다 가서 얼마 남지 않은 때, 곧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을 가리킨다. 한때 세모(歲暮)라는 말도 썼지만, 일본식 한자를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보통 세밑으로 쓰고 있다. 세밑이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올 새해를 기다린다. 자정 부근에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애써 잠을 깨우는 이들도 많다.
분명한 건 세밑이 되면 새로운 기운으로 밝았던 2021년이 역사의 한 장이 되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8월 1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제1기 EBS 평생학습 청년기자단의 이력도 세밑이 되면 멈춘다.
그 날이 오면 아쉬울 것이다. 그래도 세밑은 온다. 그래서 청년기자단 모두는 기자단 활동의 마지막 그날까지 후회 없이 달리자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기자단과 함께 하는 EBS와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역시 기자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발대식에서의 약속을 기억하며 함께 달려갈 것이다. 또한 그 약속 끝에 전국 지자체의 다양한 평생학습 현장을 청년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기자단의 활동이 피운 꽃을 12월 31일, 우리는 함께 확인하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