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을 기다렸다.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이니셔티브에 관한 국제위원회의 보고서를 11월 10일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하여 보급하자마자 받아보았다. 3시간에 걸쳐 완독하고 나서 대학원생들과 해체와 제본을 반복하면서 읽어보았다. 이 글 제목이 3차 보고서이다. 재발명(Reinvent)과 같은 의미로 재상상(Reimagine) 차원에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함께 만들어 가자는 진지한 초대이다. 보고서의 방점은 부제인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에 찍혀 있다. 루소를 소환한다.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의 시대를 예고한다.
이 보고서가 나오는데 2년여의 준비 작업이 있었다. 11월 10일 보고서가 발간되기 전의 명칭은 「교육의 미래들: 되기 위한 학습(Futures of Education: Learning to Become)」이었다. 발간 후 다시 유네스코 준비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명칭이 보고서 명칭대로 「Reimagining Our Futures Together: A new social contract for education」으로 바뀌었다. 1972년 「존재를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을 잇는 2차 보고서로 1996년에 발간된 「학습: 우리 안의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에 담긴 4대 기둥인 존재를 위한 학습(learning to be),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동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더불어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에 더하여 5대 기둥으로 ‘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come)’의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나는 적잖이 흥분했었다. 본제에서 교육을 부제로 빼면서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의미는 살아 있다.
보고서의 목차를 보면 도입에서는 인류, 인권, 지구의 생존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과 교육 목적 재정의의 필요성과 함께 보고서의 구성을 소개한다. 총 3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과거의 약속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란 제목 아래 1장 ‘보다 평등한 교육의 미래를 향하여’와 제2장 ‘혼란과 떠오르는 전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는 ‘교육 쇄신’이란 제목 아래 3장 ‘협동과 연대의 교육학’, 4장 ‘교육과정과 진화하는 지식 공유자산’, 5장 ‘교사 업무의 전환’, 6장 ‘학교의 보호와 전환’, 7장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걸친 교육’을 다룬다. 제3부는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을 촉진하며’라는 제목 아래 8장 ‘연구와 혁신 촉구’, 9장 ‘세계적 연대와 국제 협력 촉구’로 이루어져 있다. 맺음말(Epilogue)에서는 함께 교육의 미래를 구축하자면서 신사회계약을 만들자는 제안, 행동 촉구, 대화와 참여, 계속 해나가자는 초대로 맺고 있다. 실은 맺음말에서 이 보고서의 주요 제안을 집대성하고 있다. 평생교육 전공자라면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에서, 우리는 전 생애와 각기 다른 문화와 사회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풍요롭게 하는 교육 기회를 향유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7장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걸친 교육’을 깊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부제인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이다. 우리 인류와 지구는 위험에 처해 있다. 팬데믹과 기후 변화는 우리가 얼마나 취약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당장 가던 길을 돌이키고 우리의 미래들에 대해 다시 상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는 이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로는 모든 아동,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에게 양질의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이루지 못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 가능한 집합적 미래를 위한 통로로써 교육의 변혁적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를 변혁하면서 현재의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교육은 사회계약이다. 교육은 공유 혜택을 위해 한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서로 협력하겠다는 묵시적 동의이자 협약이다. 사회계약은 문화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제정된 규범, 약속, 원칙을 반영하므로 상거래 그 이상이다.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의 출발점은 교육의 공공 목적에 대한 공유 비전이다. 신사회계약은 다음 두 가지 기초 원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첫째는 전 생애에 걸쳐 양질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공 노력과 공익으로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인권, 비차별, 사회정의, 생명존중, 인간 존엄성, 문화적 다양성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신사회계약은 돌봄 윤리, 호혜성, 연대성을 망라해야 한다. 신사회계약은 공공 노력과 공익으로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2년여에 걸쳐서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이 참여한 협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정부, 기관, 단체, 시민들에게 우리가 평화롭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모두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울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을 만들라고 초대한다. 이제 우리 정부, 기관, 단체, 시민들이 수준별, 분야별 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을 만드는 것으로 초청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교육을 위한 신 사회계약의 수립은 모든 일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한국판 평생교육을 위한 신사회계약을 함께 만들기를 제안하면서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