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류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생활 수준과 편리하고 유익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희망을 노래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경제적 불평등 확대, 혐오와 배타적 포퓰리즘 부상, 급속한 기술발달에 따른 사회적 긴장과 갈등으로 분노와 절망을 드러내고, 급기야 인류와 지구의 생존위기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인류의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것은 세계, 국가, 지역사회의 민주시민으로서 지닌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지속불가능한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진로를 바꿀 것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교육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커지고 있다. 교육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평생학습이 있다.
우리는 이미 2015년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목표가 없지만, 교육부문 목표인 SDG4(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증진)는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인 동시에 17개 전체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환의 시대에 대응하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Learning Cities· GNLC)와 관련하여, 4번 교육 목표 문구가 품고 있는 두 가지 핵심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것은 어쩌면 GNLC뿐 아니라 모든 학습도시가 이미 지향하고 있는 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교육권 보장이다. 유네스코는 교육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공평하고 포용적이며 양질의 교육이어야 한다. 유네스코평생학습원(UNESCO Institute of Lifelong Learning)에 따르면, GNLC의 회원인 학습도시가 공평하고 포용적인 양질의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취약 집단을 위한 교육권 보장을 제안한다. 이것은 기초교육으로서 좁은 의미의 문해교육에만 한정된 의미가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얼 쇼리스(Earl Shorris)는 윤리적 민주주의를 말하며, “국가마다 가지고 있는 윤리체계는 국가가 자기 나라의 가장 약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교육권 보장은 전환의 시대에서 더욱 다른 모든 인권을 향유하기 위한 토대이기도 하기에 SDG4는 무엇보다 인간의, 특히 취약 집단의 교육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평생학습의 기회 증진이다.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생애를 통해 숨 가쁘게 따라가기도 힘든 변화와 위기를 겪으며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여전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교육, 즉 학교교육에만 의존하여 졸업하면 더 이상 학습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하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학교교육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민주시민으로서, 생태적 자연인으로서 학교교육을 포함한 교육과 학습의 의미를 전 생애에 걸쳐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네스코가 주도했던 국제교육발전위원회는 이미 1970년대에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1972)을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과 학습은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며, 언제 어디서든 학습자 중심으로 개방적인 접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평생교육 혹은 평생학습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된 이 개념이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전환점에 선 2021년 다시 새롭고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GNLC란 유네스코가 학습과 도시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학습도시 간 아이디어, 노하우,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하기 위해 2012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15년 공식 출범한 국제적인 정책 지향(policy-oriented) 네트워크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현재 전 세계 64개국 229개 도시 중 50개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평생교육 분야의 선진국다운 규모라 할 수 있다. 이제 전환의 시대를 맞아, 성찰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GNLC 도시들의 더욱 의미 있는 국내외 활동을 응원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생각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