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보급은 단기간에 이루어졌고, 그 발전 속도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되어 일상생활 곳곳에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을 쉽게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인프라의 접근 측면에서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이 사회적 쟁점이었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디지털 기술을 사적․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다. 컴퓨터, 스마트폰, 무인기기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처음 접하면 심리적으로 낯설 수 있으나, 일상에 디지털 기술이 깊게 들어와 있기에 차츰 경험이 쌓이면 기본적인 기능을 다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즉,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이전보다 더욱 능동적이면서도 복합적인 디지털 생활양식으로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UNESCO는 Digital Literacy Global Framework를 개발하여 기기 및 소프트웨어 작동에서 직업 관련 역량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전 국민 대상의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과정 개발연구에서 [그림 1]과 같은 디지털 생활양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기기(기술)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기능적인 목적에서 나아가,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디지털 생활양식으로 전환하여 디지털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맥락 의존적인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교육 방향에 터하여, 이하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과제를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해외 사례 중 일부는「성인문해교육 학습자 정보문해능력 측정도구 개발 및 조사연구」(길혜지 외, 2019)에서 발췌한 것이다.

첫째, 국가-지자체-민간분야 간 협업을 통해 생활영역 내에서 누구나 쉽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시스템을 안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전역에 퍼져있는 지역주민사회보장센터, 우체국, 직업센터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미국 공공도서관협회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협력한 DigitalLead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튜토리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州)별 도서관 시설을 활용한 오프라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발표한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토대로 전국의 생활 SOC를 활용한 1,070개 디지털 배움터에서 약 42만 8천 명이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을 받았다(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149에서 2021.9.25. 인출). 그런데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시군구 평생학습관에 해당하는 생애학습센터와 기초 단위 평생교육기관인 공민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우리나라 또한 2021년 7월 기준 전국 180개 평생학습도시가 지정되었고 주민의 근거리 학습권 보장을 위한 행복학습센터가 운영되고 있어, 디지털 배움터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 기반을 충분히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풀뿌리 시스템을 보다 견고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학습자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진단에서부터 교육 이후 평가․인증에 이르기까지 교육모델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교육 참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아 교육 이후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에서 스페인 바스크주의 IKANOS 모델을 살펴보면, 디지털 역량에 대한 자가진단→디지털 프로파일 제공→디지털 역량에 대한 요구 수준과 현 수준 간 차이 분석→디지털 역량 교육을 위한 가이드 제공→학습도구를 포함한 개별적인 학습 환경 제공→온라인 기반 IKANOS BAIT를 통해 디지털 지식, 기술, 태도를 평가한 후 인증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역량 증진을 지원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시스템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대상이 취약계층을 포함한, 전 국민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하다.
아래 <표 1>과 <표 2>를 보면 연령대별로 공통의 교육 참여동기와 장애요인이 있으나, 연령대에 따라 차별적인 요인 또한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없애고 싶거나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동기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하기에 교육 참여에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2021년 7월 실시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학습자 대상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것임(N=6,080)
이러한 결과는 학습자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대한 진단 결과를 토대로 맞춤인 교육을 제공하고 학습인증을 통해 교육 참여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를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정을 수준별로 구성하되 학습자의 요구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구성하는 것 또한 고려해 봄 직하다. 참고로 영국 교육부는 Essential Digital Skills Framework를 통해 성인에게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기초기술과 필수기술로 구분하고 있다(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essential-digital-skills-framework에서 2021.9.25. 인출). 우리나라 디지털 배움터에서 실시되는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역시, 디지털 기초-생활-심화 과정으로 수준에 따라 구성되어 80여 개 학습모듈을 개발하여 관련 교수학습자료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수준별로 구성하는 것 외에도, 학습자의 교육참여 동기, 장애요인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취약계층 학습자에게는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쉽게 잘 가르쳐 주는 교사, 수준에 적합한 교재, 자신감과 효능감을 길러주는 교수·학습법 적용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참여 교육 등과 같은 다양한 접근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일례로 일본에서는 ICT와 정보기기를 매개로 고령자 간 상호 교류하거나 취업, 창업 및 커뮤니티 참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면 일상생활이 편리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활동 참여를 통해 사회적 존재로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동기를 높일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전문적인 교강사를 확보하고 인력 풀을 관리하면서 연수를 통해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 교육 분야 종사자를 육성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함과 동시에 라 메드뉨(La MedNum)이라는 협동조합을 모체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센터를 조성하여 교강사 인력풀을 마련하고 그 질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에서는 Digital Literacy in Europe(DiLitE)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는 봉사자, 멘토, 교사 등 실무자 대상 교육과정 및 툴킷을 개발하여 학습자에 대한 이해 및 교수학습 방법을 교육하고, 이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습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가르치고 지원해야 할 교강사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포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