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0.84명을 기록했다.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저출산의 영향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나타나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입학가능 인원이 입학정원에 미달되는 초유의 결과를 가져왔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는 28만 5천 487명으로 지난해 32만 5천 946명보다 4만 459명, 즉 12.4% 줄었다. 전체 대학의 미충원은 약 4만 586명이다. 이 중 약 3만 명은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대비 500명 이상 미충원 대학이 8곳, 300명 이상 미충원 대학도 앞의 8곳을 포함해 총 15개 대학이나 된다. 이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감소가 대입에 직격탄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학령인구감소는 지방 국립대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쳤다. 지방 국립대 중 100명 이상 미달된 대학이 5곳이나 된다. 이는 합격선의 하향으로 나타나 지방 국립대 9곳의 상위 70%의 합격선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가 국공립, 사립을 불문하고 특히 지방소재 대학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학의 정원미달 사태는 대학의 생존권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학생이 없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대량 폐교의 위험이 현실화하였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문을 닫은 대학은 18개교이며 이는 앞으로 더욱 증가의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교육부는 지난 5월‘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 전략’에서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 중 한계대학은 통합을 유도하고 자발적 퇴출과 청산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다시 말하면 학생이 없는 대학은 폐교를 통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갖는 존재의 의미를 너무 단순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학은 지역에서 보면 지역 경제와 인구구조 그리고 산업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서남대학교가 폐교되자 남원시의 경제가 크게 휘청거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가 주변 상권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으며 시내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토지가격 하락, 젊은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의 역동성 상실, 지역 산업 후속세대의 단절 등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퇴출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방대학이 현재의 위치와 기능을 지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과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대학의 기능을 대폭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학령기 학생을 선발하여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산업계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였다. 학령기 학생이 실종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기능은 변해야 한다.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의 반감기는 7년이 안 된다고 한다. 오늘날 산업의 특성에서 보면 대학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취업자의 재교육과 전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고교졸업 후 선취업한 이들에게 언제라도 대학진학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평생교육으로 대처할 수 있다.
대학의 기능적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은 지역의 성인, 취업자, 재직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학위과정에 진학하여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는 학습생태계의 변화를 구축한다면 지역사회와 대학이 하나가 되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LiFE)이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평체사업은 지방의 대학이 지역산업의 특성에 맞는 성인 및 선취업 후진학자들에게 대학의 문호를 개방하여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의 이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30개 대학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습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학의 위기는 대처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바탕이 된다.
김문섭(金文燮) :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학장으로 독일 베를린 공대 교육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학교에서 교무처장, 기획처장, 학생처장 및 행정처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평생교육융합학회장이며 대학의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단장 겸 미래라이프융합대학장직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평생교육론(양성원, 2019), 청소년교육론(양성원 2018), 특수교육학개론(양성원, 2016)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