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시대로의 변화, 그리고 정보화로 인한 급속한 사회 변동은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평생에 걸친 학습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평생교육에서는 인간의 학습활동을 생애 전반에 걸쳐서 지속되는 현상으로 바라보며, 학습이 비단 학교와 같은 공식적인 기관 뿐 아니라 인간의 생활영역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라본다. 오늘날 모든 학습자들은 생애단계에 따라 필요한 학습활동을 수행해 나가며, 이러한 학습 활동은 각 개인이 처해 있는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괴리된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평생교육 시대로의 변화는 분단된 한반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도전과 시사점을 주고 있는가?
분단된 지 70년이 넘어선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한반도 분단과 평화, 그리고 통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 동시대의 비동시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다양성이 세대, 계층, 이념, 지역 등의 변수들과 결합하면서, 평화·통일교육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대를 비롯한 구성원의 다양성은 통일의 당위성이나 미래상에 있어서도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고,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 온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민족 동질성의 복원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통일관 역시 세계화·다문화 추세 속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요청받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평생교육 시대, 평화·통일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우리는 평화·통일교육의 지평을 확장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이 축적해 온 다양한 학문적 성과들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단 현실은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평생 동안 모든 공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에 대한 교육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필요하다. 더욱이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들은 분단의 폐해를 청소년 세대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교육을 마친 이후에는 평화·통일교육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평생교육의 기본 입장은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할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통일교육은 우선 학교통일교육과의 유기적 연계성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존의 이념적이고 적대적인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 세대가 각기 다른 양상과 정도로 지닌 분단의 상처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이 자신의 삶과 가정, 일터, 지역사회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평화·통일교육은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사회통합에 있어서 중요한 시민적 역량을 고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Faure 보고서에서의 ‘인간 소외의 극복과 삶의 민주화’, 그리고 Delors 보고서에서의 ‘더불어 살기 위한 학습’에 대한 강조는 분단 한반도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화·통일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모든 구성원이 전 생애에 걸쳐 모든 사회적 공간을 통해 평화·통일교육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평화·통일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의 성장과 삶의 민주화를 도모하기 위한 공동체의 개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평화·통일교육에 있어서 민주시민의식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2018년에 국립통일교육원이 발간한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관점』에서는 평화·통일교육의 5대 목표 중 하나로 ‘민주시민의식 고양’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평생교육법 제2조 제1항에서의 평생교육 6대 영역 중 ‘시민참여교육’과도 그 내용이 맞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평화·통일교육은 분단 한반도를 살아가는 구성원이 민주시민으로서 요청되는 자질과 역량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문화·세계화 추세 속에서 급증하고 있는 이주민과 우리 주변의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결속과 통합을 지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분단 극복과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나가기 위한 시민적 참여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시민참여형 평화·통일교육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시민참여형 평화·통일교육은 자신을 둘러싼 한반도 분단의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고 각자가 지녀야 할 시민적 책무성을 인식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공공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평화와 통일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시민참여교육 평생교육과 연계된 다양한 시민참여형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해 본다면, 첫째로 ‘시민책무성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 차원에서 한반도 분단과 인권의 이해 교육, 분단 문화 극복을 위한 양성평등교육,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문화다양성교육, DMZ 생태 체험 이해 교육, 통일협약 및 통일 후 모의 자치 활동, 평화·통일 한반도 미래 비전 등을 예시로 구상해볼 수 있다. 둘째로, ‘시민리더역량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는 중앙 및 지역사회의 통일 리더를 양성하고 인증하는 지역사회 평화·통일 리더 양성, 남북 사회통합 지도자 과정(평화적 갈등해결), 남북 주민 심리 치유 상담자 양성과정, 통일 한반도 지역 역사문화 이해과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로, ‘시민 참여 활동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는 지역사회 통일의지 고양을 위해 개인적·집단적인 참여를 촉진하고 통일 관련 강연, 체험 등의 통일교육 참여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평화·통일 학습동아리 활동, 남북 주민이 함께하는 평화·통일 자원봉사, 지역사회 주도 평화·통일 학습네트워크 활동(시민단체 포함)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시민참여형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한 의의를 지닌다. 첫째, 세계화·다문화, 정보화,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 차원의 평화·통일교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의 효과적인 연계를 가능하게 하고 대상 및 현장에의 적합성을 제고할 수 있다. 둘째, 시민들의 평화·통일교육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증진하고 시민적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평화·통일교육의 활성화와 내실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통일국민협약(2021. 6. 26.)’에서와 같이, 사회적 대화와 소통 역량을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 및 통일 미래상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도출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이주민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끝>